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
곤로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1. 11. 25. 10:33
"어린 시절 가장 많이 한 심부름이 무엇이었나요?" 이것이 CBS 라디오의 아침 프로그램이 정한 주제였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라고, 그 다음으로는 석유라고 했단다. 석유 (정확히 말해 등유). 아궁이 한 귀퉁이를 차지했던 곤로가 떠올랐다. 어렸을 때 이름이 좀 어색하다 생각했는데 오늘 사전을 찾아보니 일본에서 온 말이란다. 속이 비치지 않는 녹색 플라스틱 통이 있었다. 그 통을 들고 동네 석유집을 찾았다. 그 집은 매우 작았다. 가정집 창고에 드럼통 하나를 갖다 놓은 것이 전부였다. "두 되요." 주인이 내가 가져온 통의 주둥이에 깔때기를 꽂고 네모난 되 바가지로 드럼통에서 석유를 퍼서 깔때기에 붓는다. 어림짐작에 쌀집에 있는 되 바가지와 비슷해 보여 그 양을 의심치 않았다. 나중에 그 집에 전동..
-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1. 9. 25. 19:32
김광기,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 2011, 동아시아 "나쁜 사마리아인들", "빈곤대국 아메리카", "슈퍼 자본주의" 등의 책을 읽을 때 미국이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자본주의의 모순이 극한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책들을 미국 쇠망의 전조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전하는 온갖 기사들에 따르면 미국이 "실제로" 망했다. 국민과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파산했다. 저자는 그 증거들을 나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미국이 타락하고 있다고 말한다. 신뢰, 정직, 성실 등의 건전한 가치들을 모두 잃었다. 대신 한탕주의, 뇌물, 학벌 따위로 오염되었다고 한다. 지나치게 구어적인 표현이 거슬리고, 이렇게 된 사태에 대한 원인 분석이 제시되지 않아..
-
One thing only I know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1. 7. 14. 06:38
Socrates himself said, "One thing only I know, and that is that I know nothing." An Athenian is said to have asked the oracle at Delphi who the wisest man in Athens was. The oracle answered that Socrates of all mortals was the wisest. When Socrates heard this he was astounded, to put it mildly. He went straight to the person in the city whom he, and everyone else, thought was excessively wise. B..
-
프래그머티즘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1. 6. 26. 21:39
김동식, 프래그머티즘, 아카넷, 2002 오래 전에 철학을 전공한 친구가 말하길 내가 물리주의적 논리실증주의적 실용주의자란다. 깊이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럴 듯해 보여 그 뒤로 내가 스스로 실용주의자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가 나를 두고 논리실증주의적 실용주의적 물리주의자라고 말했다면 내가 물리주의자라고 믿었을 터이다. 지적 호기심보다 친하게 어울려 지내던 이들이 철학도였기 때문에 철학에 자연스레 흥미를 갖게 되었다. 한 학기에 꼭 한두 과목의 철학 강좌를 들었고 대체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졸업할 무렵이 되자 철학이 어이없이 끝나버리는 소설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에 철학만큼 학문스럽지 못한 학문이 있을까? 그래서 실용주의가 무엇인지 구태여 깊이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학교에..
-
별들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1. 5. 31. 07:53
크레이그가 친구에게서 받은 별 그림을 내게 보내주었다. 낭만적이다. 끝까지 참고 보시라. 거의 태양계만한 별이 나온다. 일만 오천 년 전에 캐나다에는 이 킬로미터 두께의 얼음이 덮여 있었단다. 빙하기를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간빙기에 있다. Whenever you think your problems are big, imagine: Consider how many billions of atoms make up the molecules that make up the chemical compounds that make up the proteins that make up the cells that make up your body. And then, ... how much bigger than you, ol..
-
넛지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1. 4. 21. 09:34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넛지, 리더스북, 2009 ``넛지''는 팔로 쿡쿡 찌른다는 뜻이다. 이 책의 요지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좋은 것을 선택하게, 나쁜 것을 피하게 유도하자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 한 가지. ``거부하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동의하지 않으면 거부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고 한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정보가 징병관들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어떤 정책을 썼을까?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앞의 것이다. 사람들이 모든 일에 훤하고 적극적으로 알아 보고 생각해서 판단하지는 않는다. 이런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동전 앞면이 나오면 내가 이긴 거고 뒷면이 나오면 네가 진 거다.'' 이런 놀음에 ..
-
문명의 붕괴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1. 4. 20. 13:03
Joseph Tainter, 문명의 붕괴, 대원사, 1999 우리가 ``망했다''고 말할 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부의 상실이다. 내가 소유했던 부동산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것일 뿐 그것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문명이 붕괴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인해 로마가 멸망했다고 하는데 로마가 불타서 사람도 집도 모두 없어져 버린 것일까? 정말 문명이 망하면, 영화 "로드," "일라이," "레지던트 이블"에 나오는 그런 모습일까? 그럴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보면서 놀란 것은 그의 붕괴 이론이 아니라, 세상에 내가 알지 못하는 사라져버린 문명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가 한 예다. 지금 그곳에서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그 근처에 사는 사람들도 그 문명의 후예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