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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름 건조기 설명서테크니컬 라이팅 2019. 12. 19. 10:44
가격이 국산 브랜드의 절반에 불과한 마름 건조기를 구매했다. 싼 물건을 선호하지 않지만, 건조기는 대단한 기술력을 요하지 않으리라는 짐작에 들어본 적이 없는 마름을 선택했다. 다른 구매자들의 평가는 대개 호의적이지만, 빨래방 건조기만 사용해본 내게 건조 시간이 너무 길지 않은가 싶었다. 트롬 건조기를 사용하는 처제에게 물어보니 마찬가지란다. 위안이 된다. 소음은? 이 점에서 차이가 보인다. 시끄럽지 않단다. 트롬은 다른 기술을 사용하나 보다. 저렴한 가격이 이 실망감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제품보다 설명서가 나의 눈길을 더 끈다. 후진 설명서는 흔하다. 설명서 품질이 대개 제품 가격에 비례한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나는 후진 설명서에 좀처럼 실망하지 않는다. 제품 가격을 가장 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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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목소리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9. 11. 18. 11:52
이 책은 아주 많은 사람들의 증언을 모아 일인칭 구어로 이야기한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맥락이나 배경을 짚어내기가 쉽지 않다. 다 읽지 못했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첫 이야기 "기억의 이유"를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젊은 소방관 아내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사고 현장에 투입되었던 소방관들은 열나흘 안에 모두 죽었다. 많은 군인들도 투입되었는데 오래지 않아 죽거나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다. 죽기 전에 그들이 겪는 고통은 참담하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키르키스스탄에서 내전과 같은 인종 분쟁이 일어났던 모양이다. 스스로를 러시아인이 아니라 소련인이라 생각하는 타지크인들이 죽음의 공포를 피해 체르노빌로 들어왔다. 미친 짓 같지만, 체르노빌에서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니까. 체르노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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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깊다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9. 10. 29. 09:38
전우용 선생이 2008년에 낸 책이다. (돌베개)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을 읽는 데에 지쳐서 오랜만에 우리말로 된 책을 가볍게 읽어보자는 심산으로 이 책을 골랐는데 전혀 가볍지 않다. 들어보지 못한 한자어 표현이 많아 사전이 필요하다. 이 책 하나로 서울의 오랜 사정을 속속들이 이해할 수 없겠으나 도시로서의 서울이 갖는 여러 특징들과 종각이나 광장 시장 등 여러 시설의 연유를 알게 된 것은 내게 작지 않은 수확이다. '합쇼', '땅거지', '똥개', '가게', '인구', '질환' 등 말에 관련된 설명이, 특히 언어에 큰 관심을 둔 내게, 아주 흥미롭다. 누구에게나 권해볼 만한 '깊이' 있는 인문서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가 이제까지 읽은 책들 가운데 한국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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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heory of Light and Matter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9. 8. 23. 08:26
The small amount of talent he did possess only seemed to serve as a source of frustration for him, a constant reminder of some vague, unrealized potential. --- coyotes, Andrew Porter, 2010 많은 독자들의 좋은 평판을 믿고 이 책을 주문했는데, 받아보니 단편집이다. hole, coyotes, azul, the theory of light and matter, river dog, departure, merkin, storms, skin, connecticut. 일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상적인 표현을 접하는 것만으로 만족하기에 이야기들이 너무 흥미롭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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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9. 8. 13. 10:13
Cosmos도 읽기 쉽지 않았지만, 이 책은 더욱 힘들었다. 일반 사전에 나오지 않는, 동식물의 학명을 비롯한 숱한 학술적 용어들, 요즘 스타일과 다르게 매우 긴 문장, 형식적인 어법을 따르지 않아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표현들 등.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지구의 나이부터 DNA에 이르기까지, 지구와 지구에 존재했거나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 그리고 최근 300 년 동안 그것들을 밝혀낸 과학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빌 브라이슨만큼 광범위한 내용의 책을 저술한 사람이 없다. 게다가 그는 과학자도 아니다. 그는 주로 여행과 영어에 관한 책을 집필했었다고 한다. "총, 균, 쇠", "Sapiens", "Cosmos"를 읽을 때 가졌던 것과 동일하게, 文理를 아우르는 그의 해박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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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chi 또는 kimchiEnglish 2019. 7. 25. 11:06
우리가 "아무개 김"이라고 말했을 때, 그들은 왜 "Mr. Kim"이라고 할까? 오래 전에 함께 일했던 캐나다 친구에게 내가 말하는 것을 따라해 보라며 이렇게 말했다. "개나다, 캐나다." 놀랍게도 그는 둘 다 "캐나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는 한국에 산 지 제법 오래 되었기 때문에 이제 "가"와 "카"를 식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유성음과 무성음의 차이를 감각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데, 한국어에서 유성음 자음은 "ㄴ", "ㅁ", "ㄹ", "o" 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영어에서는 B, D, G, V, Z, J가 유성음이고, P, T, K, F, S, CH가 무성음이다. 그러니 우리가 "가"라고 말하든 "카"라고 말하든 둘 다 무성음이니 그들에게는 "Ga"보다는 "Ka"처럼 들릴 것이다.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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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이트 사람들의 수명이 짧은 까닭은과학적이거나 기술적인 2019. 7. 25. 09:56
자전 속도 = 지구 둘레 40,070 km / 24 h = 1,670 km/h 공전 속도 = 지구 궤도 940,000,000 km / 365(.25) d / 24 h = 107,226 km/h 24시간 동안 적도의 한 지점에 있는 사람이 우주를 이동한 거리는 지구 둘레 + 공전 속도 * 24 h = 40,070 km + 107,226 km/h * 24 h = 2,613,494 km 남극점에 있는 사람이 우주를 이동한 거리는 위 결과 - 지구 둘레 = 2,613,494 km - 40,070 km = 2,573,424 km 일 년 동안 두 사람이 이동한 거리의 차이는 2,613,494 km * 365 d - 2,573,424 * 365d = 953,925,310 km - 939296110 km = 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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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minal 또는 terminusEnglish 2019. 7. 24. 11:35
영어에서 왔지만 영어가 아닌 말들이 많다. 이를테면, 우리는 여행용 가방을 캐리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마존(Amazon.com)에서 carrier로 검색하면, 나타나는 것들이 애완동물용 캐리어이거나 포대기이다. 아마존에서 캐리어 하나를 구매하고 싶다면 suitcase를, 여럿을 사고 싶으면 baggage나 luggage를 입력해야 한다. terminal은 "말단" 또는 "종점"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혼선이 있다. 저 버스의 행선지가 어디냐고 물을 때,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그 버스가 향하는 도시이지, 그 버스가 도착하는 건물의 위치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택시를 타고 "고속버스 터미널"로 가자고 할 때, 그것은 한 버스 노선의 시작점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볼 수 있고 가리..